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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달을 함께 읽은 강신주의 "철학 VS 철학"을 완독하며...
글쓴이 : 나난희
작성일 : 14-04-01 09:16
조회 : 564
도서관 신간코너에서 지승호의 인터뷰집을 봤다. 제목이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이었다. 그동안 이런저런 일로 바빠 신문 잡지나 포털과 멀어지고 있어 강신주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몰랐다. 이 책도 순전히 지승호 씨에 대한 팬심으로 찾아낸 셈이다. 책을 읽을수록 강신주란 사람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고 이 사람의 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본인이 가장 아끼는 세 권의 책 중 한 권이 "철학 VS 철학"이다.

900쪽이 훌쩍 넘는 책이었다. 혼자 읽어선 다 못읽을 것 같았다. 하여 책모임 친구들에게 상금으로 받은 도서상품권으로 선물을 한 후 꼬드겼다. 우리 모임에서  "철학 VS 철학"을 함께 보자고. 만만치 않은 가격의 책을 선물로 받았는데 안된다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우린 이 책으로 2014년 1월을 시작했다. 그리고 4월 2일 내일 모임을 마지막으로 읽기를 마친다. 일단 완독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목표였다. 세 명 다 완독을 했다. 기쁘고 즐겁다.

프롤로그에서 강신주는 철학을 통해서 철학적 사유에 적응하는 순간, 누구든지 사회학, 정치학, 문학, 공연예술 등 다양한 텍스트가 전제하는 사유 논리를 별다른 어려움 없이 해독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인문학적 감성과 사유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철학 공부가 불가피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한다. 나이가 40을 훌쩍 넘었는데도 고전이라는 걸 읽으면서 10대 때 읽은 것처럼 여전히 뭔 소리야? 이해하기 어렵네. 고전이라는데 좋은 지 모르겠다. 이런 자체 평가를 내리게 되는 책들을 만나게 되면서 당혹스러웠다. 나이만 먹었지 생각은 안늘었나 보다라는 자괴감도 들고 도대체 내가 놓치고 있는 것들이 뭔가 싶었다. 이 프롤로그로 두꺼운 책을 읽어야 하는 동력을 얻었다.

이 책은 거리의 철학자라 불리는 강신주의 철학 공부를 집대성한 책이다. 새롭게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철학적 쟁점들을 중심으로 각 쟁점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피력한 철학자들의 논쟁을 싣고 있다. 예를 들면 타자와의 소통은 가능한가? 스피노자 VS 라이프니츠  이런 소제목으로 시작한다. 스피노자는 기쁨과 슬픔은 타자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이다며 자신의 삶에 기쁨과 유쾌함을 가져다주는 타자와의 소통과 연대를 끈덕지게 도모하고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라이프니츠는 타자와의 소통은 불가능하며 동시에 불필요하다고 말한다.  인간은 타자와 소통할 수 있는 창이 없다는 것이다. 라이프니츠의 이런 주장은 신이 예정해 놓은 질서에 의해 인간이 움직이고 있다는 견해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서양 28편, 동양 28편이다. 소주제부터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철학자의 말을 듣기 전에 이 주제로 먼저 생각을 열어보고 철학자들의 주장을 들어보고 다시 한번 내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정말 쉽게 쓰여진 책이다. 나처럼 철학에 문외한인 사람이 읽는 것 자체가 힘들지는 않았다는 것이 그 증거다. 게다가 처음엔 재밌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어떤 개념은 읽어도 뭔 소린가 싶었다. 개념어사전이 있다는 것을 미리 봤더라면 특히 동양편 읽을 때 도움을 받았을 텐데 나중에야 봤다. 이 때문에 일단 책을 한번 쭈욱 훑어 보고 목차도 유심히 보고 부록이라고 무시하지 말아야 겠다고 다짐했다.

112명의 철학자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주장 중 핵심이라 할 만한 인용구가 등장하고 이게 뭔소리야? 싶으면 어김없이 강신주의 친절한 해석이 뒤따른다. 매주 5장씩 읽었다. 하루에 1장씩 읽으면 된 셈이다. 미리 읽고 모임 전에 한번 더 읽고 밑줄을 그었다. 함께 이야기하기에 좋았다. 읽으면서 철학자들과 그들의 주장에 공감하기도 하고 의문을 갖기도 했다. 서양편이 동양편보다 쉽게 읽혔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교양철학이 서양철학사 중심이어서 그렇게 느껴졌을 것이다.

철학자 강신주가 애정을 갖고 대하는 철학자들이 눈에 띈다. 에필로그에서 강신주는 유쾌한 기억과 소망스러운 미래를 약속했던 철학자들을 제 위치에 복원시키고 싶었다고 한다. 이런 주장을 하는 철학자들의 글은 더 쉽게 열정적으로 읽힌다. 삶을 긍정할 수 있는 좋은 기억들을 하나씩 쌓아가라.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삶이 더 풍요로워진다. 모른척 하지 말아라. 연대의 끈을 놓지 말아라. 남을 지배하지도 남에게 지배받지도 않는 자유인의 정신을 가져라.우리는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 타자와 사건을 만나게 된다. 이런 우발성에 열린 마음으로 적응하라. 이런 주장은 철학자 강신주의 주장이기도 하다.

독창적인 안목을 제시한 철학자들과 그들의 텍스트를 직접 읽도록 유혹하는 역할에 충실하고자 했다고 저자는 말했다. 읽고 나서 이 철학자의 책을 더 읽고 싶다 이런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아직은 그런 마음이 안생긴다. 내가 이 책을 몇 퍼센트나 받아들였는지는 모르겠다. 다시 읽으면 또 다른 생각이 들어올 것 같은 책이다. 그러고 나면 내가 좋아하는 철학자를 만나게 될 것이고 그의 책을 읽고 싶다는 마음도 들겠지. 평생 읽은 책 중 가장 의미있는 책을 읽었다.